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과일인 두리안은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두리안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사회적 타자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에서는 농촌 공동체의 경제와 유산을 상징하는 은유로 쓰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리안을 소재로 삼거나 주요 장면에 등장시킨 영화들을 중심으로, 두리안이 어떻게 문화적 상징으로 영화 속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1. 《Durian Durian》(2000) – 두리안 냄새로 말하는 타자성
홍콩 독립 영화계의 대표 감독인 프룻 찬(Fruit Chan)의 작품 《Durian Durian》은 두리안이라는 과일을 통해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도시의 복잡성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성노동자 얀과 조선족 이민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홍콩이라는 도시가 이민자들에게 어떤 냄새, 어떤 감정, 어떤 현실을 안겨주는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영화 속에서 두리안은 단순히 이국적인 과일이 아니라, ‘혐오와 매혹이 공존하는 존재’로서, 주인공의 삶을 대변합니다.
2. 《Durian King》(2003) – 농촌 현실과 유산의 은유
말레이시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Durian King》은 농촌 마을에서 열리는 ‘최고의 두리안 농장주’를 뽑는 대회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두리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을 주민 간의 갈등, 경쟁, 그리고 가족 내부의 유산 싸움을 통해 지역사회 내부의 권력 구조를 해부합니다. 두리안은 ‘경제적 자산’, ‘지역 명예’, 그리고 ‘세대 갈등’을 상징하는 키워드입니다.
3. 《My Stupid Boss 2》(2019) – 두리안을 둘러싼 코미디 액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합작 코미디 영화 《My Stupid Boss 2》는 주요 장면에서 두리안을 코믹하게 사용합니다. 특히 주인공 일행이 미얀마에서 두리안을 훔치려다 추격전에 휘말리는 장면은 유튜브와 SNS에서 화제가 되었고, ‘두리안 액션 씬’이라는 별칭까지 생겼습니다. 두리안은 동남아 문화권 관객들에게는 일종의 ‘내부적 농담’으로 기능합니다.
4. 태국 영화 속 두리안 – 일상적 소재에서 감정 장치로
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리안은 종종 등장인물 사이의 유머 코드로 활용되며, 데이트 장면이나 갈등 장면에서 상징적 배경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Friend Zone》에서는 여주인공이 두리안을 먹고 난 뒤, 남주가 몰래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관계 속 거리감과 친밀도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두리안은 단순한 열대 과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냄새와 맛처럼, 혐오와 매혹, 일상과 상징, 웃음과 진지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영화 속 두리안은 때로는 이방인의 상징으로, 때로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로, 때로는 유쾌한 문화 코드로 관객 앞에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두리안을 중심으로 한 영화적 실험이 더 다양하게 시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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